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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에세이/일상 에세이

오늘 뭐 먹지

by 재리리 2023. 7. 5.

어릴 때부터 입이 짧았다.

그래서 말랐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더 먹어라, 많이 좀 먹어라, 잘 먹어야지

라는 말은 늘 따라다녔다.

 

누구는 먹기 싫어서 안 먹나?

배가 부른데 어찌 먹나?

먹고 싶지 않은걸 왜 먹으라 하지?

 

세상에서 살찌우는 게 제일 힘들다.

기본 세끼도 못 먹는데, 다섯 끼 여섯 끼를

어떻게 먹는다는 건지...

정신 차리고 몸집을 키워보겠다고

야심 차게 헬스를 시작한 날,

운동도 중요하지만 먹는 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서

조사도 하면서 나름 식단을 짜서 시작을

했지만 한 달도 채우지 못했다.

 

정말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하루 닭가슴살

2개도 힘들었고, 달걀은 원래 안 좋아했는데

하루 세 개도 못 먹겠고, 같은 종류의 음식을

반복하는 자체가 미칠 노릇이었다.

 

일부러 메뉴도 두 개씩 먹고 해 봤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우리나라에는 먹방 유튜버가 그렇게 많던데,

아니 잘 먹는 사람은 왜 이리 많은 건지.

 

가장 좋은 건, 아침 거르고, 간단한 점심

그리고 맛있는 저녁이지만

요즘은 아침, 점심 둘 다 못 먹을 때가 많고

입맛도 없어서 저녁이 매일 스트레스다.

 

대체 뭘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게 다 똑같은 맛으로만 다가온다.

그리고 뻔한 맛이라 막상 먹고 싶어서 먹어도

몇 입 먹으면 역시...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늘 따라온다.

 

 

스물여섯인가 일곱인가 여덟인가

혼자 차를 끌고 양양을 간 적이 있다.

서핑을 배워보고 취미를 삼아보겠다고 허세를

부리려 주말에 몇 번 다녔었는데,

점심 때는 근처 맛있는 물회집을 찾아다녔다.

물회에 국수와 밥까지 함께 먹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 물회는 처음이었다.

신나게 먹었고, 입 짧은 난 국수에 밥까지

말아서 끝내버렸다.

 

그 이후로 맛있는 초고추장 비슷한 맛의

요리들을 찾지 못했다.

비냉을 먹어도 막국수를 먹어도, 냉짬뽕을

먹어도 다 거기서 거기였고, 비슷하고

질리는 맛이었다.

 

예전에 한국의 맛은 다 똑같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고추장 맛 아니면 간장 맛 아니면 된장 맛

그 세 개로 모든 요리가 완성이 된다.

 

김치찌개나 육개장이나 닭볶음탕이나

비빔밥이나, 닭갈비나, 떡볶이나 다 똑같은

맛 아닌가. 지겹다.

철없는 소리를 한 적도 있다.

 

사실 먹는 것에 큰 욕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가장 먹고 싶은 게 없다.

 

김치찌개 좋아하고, 부대찌개 좋아하고,

막국수 좋아하고, 곰탕 좋아하고,

메밀국수 좋아하고, 비빔국수 좋아하고.

 

그렇다고 최근 일주일간 먹은 게

그나마 비빔냉면, 곰탕 두 개뿐이다.

결국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오늘은 빵집에 들러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두 조각 들었고 호밀빵 사이에 상추, 소스,

햄, 치즈뿐인데 7천 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먹는다고

더 먹지도 않는다. 어차피 다 버려서

그 돈이 그 돈이다.

 

 

먹고 싶은 게 생각나서 기대하고 막상

그 음식을 먹고 나면 늘 후회한다.

왜 먹었을까. 이미 아는 맛인걸.

이게 먹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걸 꺼야.

 

어제는 고추잡채가 먹고 싶어서 시켰지만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고, 입과 배가

아까웠다. 더 맛있고 괜찮은 것들로 채웠다면

조금의 행복을 느꼈을 텐데.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 왜 배가 고픈 건지.

어릴 적부터 바라는 배불러지는 약은

대체 언제 나올지 의문이다.

누군가 제발 만들어주세요.

사랑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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