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박한 에세이/10대의 기억

시골은 정말 큰 놀이터

by 재리리 2023. 7. 20.

태어나는 건 내 뜻으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사는 곳도 내 뜻으로 되는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부모의 선택의 의해 태어나고

살아진다.

 

나는 드넓은 마당이 있고, 야외 테이블에서

오붓한 식사를 하는 예쁘고 하얀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흔한 병원에서도

태어나지 않았다. 

 

그날 엄마는 시골집 방에서 이불을 깔고

나를 낳아야 했고,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고 음식을 했다고 한다.

정말 슬프고 안타까우며 어이가 없었지만

그때 당시의 사상과 어르신들의 가치관이

그런 때였으니 다들 그렇게 넘어갔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신이거나

가족 행사가 있거나, 무슨 일이 있거나,

명절 때, 제사 때는 어김없이 시골로 모였다.

우리가 큰 집이라 작은 집 둘, 고모 이렇게

있었고, 아이들도 모두 둘씩 있던 터라

다 같이 모이면 그래도 꽤 많은 식구들이었다.

 

당연히 시골 가는 길은 너무 싫고

귀찮았고, 제사 지내기 위한 그런 형식적인

것들도 이미 어릴 때부터 싫었고, 이해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 또래, 사촌 동생들이

모두 모여서 즐겁게 놀 때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때 당시에는 시골집은 정말 오래된 기와집

이었고, 흔하게 알고 있는 그런 구조의 집이었다.

여름이면 시원하고 커다란 마루가 밟을 때마다

끼어억 소리를 내었고, 겨울엔 그 어떤 것보다

차가웠다.

 

커다란 디딤돌에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검정

고무신이 놓여 있었고, 제각기의 낡은 나무

기둥들이 멋지게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있는 

우리들이 모이고 잘 수 있는 조금은 현대적인

집이 생겼고, 방도 2개와 거실, 그리고

아궁이로 불을 때는 온돌이었다.

가끔은 마룻바닥이 너무 그리워서

여름에는 그곳에 가서 잠들기도 하고

놀기도 했다.

 

집 앞에는 기다란 뚝방이 있다.

그 뚝방을 넘어가면 아주 길고 큰 강이 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물안개가 낀 모습을 보면

굉장히 아름답고 멋지기도 하다.

물론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곳은 전부 우리의 놀이공원 같았다.

물가로 나가는 일이 많았고, 물수제비를 하거나,

돌과 흙을 모아 작은 연못을 만들고

송사리들과 다슬기를 잡아 보호? 하기도 했다.

 

여름이면 온갖 벌레들이 보인다.

개미들은 손가락 마디 크기의 커다란 친구들도

많이 보였는데, 용감한 척 잡다가 많이

물리기도 했다.

 

우리는 늘 역할놀이를 했고, 낚시꾼이 되거나,

사냥꾼이 되거나, 탐정이 되거나, 요리사가

되기도 했다.

 

거미는 때로는 우리의 악당이 되어주었고,

잠자리는 요정이었으며, 강아지풀이라 불리는

수크령은 거대한 애벌레가 되었으며,

도깨비바늘은 우릴 괴롭히는 미사일이었고,

가시가 달린 열매인 도꼬마리는 던지고 놀기

좋은 수류탄이 되었다.

 

한여름이면 옷 벗고 물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놀고, 겨울이면 눈을 뭉쳐 던지고

수많은 거대한 고드름을 나뭇가지로 치면서

떨어뜨리기도 했다.

 

온갖 벌레와 곤충들을 보았고, 수많은 들꽃을

알았으며, 고추를 따고, 고구마와 감자를 캐고

시골 생활의 모든 것을 누리고 지냈다.

 

삶에서 시골을 가는 것은 내게 하나의 이벤트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어른들과 엄마는

죽도록 싫었겠지만.

 

큰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그 터전들이 사라지고

다시 개조된 현대적 집만 남은 곳에

30대가 되어 다시 갔다.

주변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고,

혼자 강가에 나가서 낚시 흉내도 내보면서

흩어진 추억들을 주워 담았다.

 

더 시간이 지나 얼마 있지도 않은 재산

나누기 문제로 우리들의 사촌 간의 가족의

끈은 전부 끊어져 버렸고, 이젠 더 이상

갈 일 없는 시골 동네가 되어버렸다.

아직 할아버지는 계셔서 근처에서 성묘를

위해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내려가지만

그게 전부이다.

 

어른이 되고 그 기억과 경험이

얼마나 값진 건지 알게 되었다.

물론 그것들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추억을 안게 되었고, 지금 아이를 보면서

그런 경험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시골생활을 하라고?

 

 

 

 

 

 

 

 

절대 안 한다.

 

좋은 추억이었다.

'소박한 에세이 > 10대의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규칙  (0) 2023.08.14
내가 영웅이 되리라  (0) 2023.07.18
어린 시절의 놀이  (0) 2023.07.03
마음속의 그녀  (0)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