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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에세이/20대의 기억

알바의 추억

by 재리리 2023. 8. 14.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누구는 10대부터 신문을 돌리고, 우유를

돌리고 공사판에서 일을 하며 용돈을 직접

모았다고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일은 나중에 커서나 하는 줄

알며 살았다.

 

물론 대학 때 하루씩 일했던 공사장 일,

뷔페집에서 수많은 식기를 닦고, 음식을 날랐던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고, 주유소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카페였다.보통의 카페는 아니었고, 그것도 아주 부유한동네인 청담의 뒷골목에서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근사하고 예쁜 샌드위치와 브런치를 파는 가게에서일을 시작했다.

 

요식업에 발을 내딛다

오픈하는 곳이었고, 그래서 마침 사람을 구하는중이라 이미 기존 멤버들은 있었고, 나머지현장에서 일을 할 사람을 뽑고 있었다.그래서인지 경력 전혀 없는 나는 다행히면접에서 오케이 되었고, 바로 근무를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에 오면 매니저 누나는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커피는 내려봤어? 일은 처음인가?- 네... 그래도 배우면 금방 할 수 있어요!

 

이것도 저것도 못하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매니저 누나는 그런 성향은 아니었다. 엄청 상냥한말투는 아니지만 자세하게 잘 알려주었고, 언제든모르는 것들은 가르쳐주고 연습할 시간도 주었다.

 

빨간 지붕이 매력적인 카페에서 근무를 하다니기분이 좋았다. 아침마다 경쾌한 재즈로 하루를시작하면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한다는 건매우 즐거운 일이었고, 함께 하는 사람들 역시모난 사람없이 열정적이었다.

 

-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일하게 된 00입니다.- . . . 네~

 

다들 민망해서인지, 별일 아니라 여겼는지,아니면 며칠 다니다 그만둘 것처럼 생겨먹은내 얼굴을 봐서인지 몰라도 대답들이 그리환영의 인사 느낌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매일 맛있는 음식과술도 사주었고, 많은 도움을 주는 형, 누나들이 되었다.

 

미련한 꿈을 갖게 되다

요식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꾼다.목표가 되기도 하고, 많은 경험 없이 무리한대출을 받아서라도 시작하기도 한다.바로 창업이다.창업을 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느낌이 있다. 그래서들 하나보다.그래,나의 가게를 갖는 것.나 역시 일을 하며 이런 분위기에 스며들었고,나의 생각, 내 규범, 내가 원하는 음식과 술,분위기를 곁들인 나만의 가게를 갖기를내 마음 한편에 저장시켜 두었다.훗날 이 꿈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게 된다.??이렇게 말하면 이상한데, 아마 죽기 전까지도늘 꿈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일을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고,예전부터 남들을 의식하고, 관찰하고 하는 게많았어서 뭐가 필요한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부족한 게 뭔지 등을 파악하기 수월했다.그래서 저쪽 테이블에서 딸그락 무언가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포크구나!' 알고,새 포크를 들고 가서 손님이 부르기 전에미리 주기도 했다. 

 

그게 서비스라고 말하는 건가, 편의를 봐주는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들을 이행하고,손님이 맞는 취향의 와인을 골라주고,음식을 설명해 주고, 불편함 없이 짧으면 1시간,길면 몇 시간의 이 공간의 사용에 만족해하고나가면서 고맙다고 내게 인사를 해주는 손님들을보며 이 서비스업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진상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어디든 있었으며,말도 안 되는 주문, 부탁을 아무런 미안함 없이당연한 듯이 행할 때마다 진절머리가 났지만,함께 일하는 누나 형들과 험담으로 금방 날려버리기도 했기에, 이 일이 참 즐거웠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일도 익숙해져 가면서점점 배우고 싶은 일도 다양해졌고, 깊이 있게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요리보다는 술, 술이면 결국 와인, 커피였지만와인이란 존재가 내 마음을 쏙 빼앗아갔다.

 

와인의 세계로 들어가다

사실 카페에 와인이 있었기에, 근무가 끝나고함께 마실 기회들이 있었다.

 

- 칠레 와인, 까베르네 소비뇽? 이름이 뭐 이래?- 마셔봐~ 대중적이라서 한국사람들이 좋아해

 

난 선배들을 보며 코로 향을 맡아보았다.음.. 나쁘진 않네. 그렇다고 엄청 맛있는 향은아닌데, 마셔볼까

 

- 윽... 어우.. 이게 와인이라는 건가? 왜 마시지?

 

속 마음은 와인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왜인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우아해 보였고,멋있어 보이고, 대단한 것처럼 느껴졌기에나도 그런 척을 해보고 싶었다.그래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하고 좋아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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