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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보다 이제와 가끔 아빠와 술을 마시면 그런 얘기를 종종 했다. '이제야 아빠가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크게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거 하고, 학교 다 가고, 외식도 한 달에 한두번 하고, 차도 있었고, 여행도 종종 다녔고, 가고 싶다면 학원도 다 보내줬고, 용돈도 부족함이 없었고요.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이었구나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그런 평범함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아빠는 그저 웃기만 한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면서. 하지만 지금의 입장에서는 한 직장에서 다니고 정년퇴직을 하고, 아이 둘 키우고, 집 있고, 차 있고, 이끌어온 아빠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 난 가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부.. 2023. 7. 6.
오늘 뭐 먹지 어릴 때부터 입이 짧았다. 그래서 말랐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더 먹어라, 많이 좀 먹어라, 잘 먹어야지 라는 말은 늘 따라다녔다. 누구는 먹기 싫어서 안 먹나? 배가 부른데 어찌 먹나? 먹고 싶지 않은걸 왜 먹으라 하지? 세상에서 살찌우는 게 제일 힘들다. 기본 세끼도 못 먹는데, 다섯 끼 여섯 끼를 어떻게 먹는다는 건지... 정신 차리고 몸집을 키워보겠다고 야심 차게 헬스를 시작한 날, 운동도 중요하지만 먹는 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서 조사도 하면서 나름 식단을 짜서 시작을 했지만 한 달도 채우지 못했다. 정말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하루 닭가슴살 2개도 힘들었고, 달걀은 원래 안 좋아했는데 하루 세 개도 못 먹겠고, 같은 종류의 음식을 반복하는 자체가 미칠 노릇이었다. 일부러 메뉴도 .. 2023. 7. 5.
어린 시절의 놀이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던 복대동에서 수많은 추억을 얘기할 수 있다. 친구들의 얼굴, 하루하루의 일상,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 기억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 누군가와 놀았던 놀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얼마나 놀이가 즐거웠으면 학교의 생활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 눈 감았다 뜨면 난 놀이터에 모여 있는 친구들과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친구도 있고, 같은 맨션에 살지만 어색한 친구도 있고, 키도 훨씬 큰 형들도 있다. 우리는 이때만큼은 I의 성향은 내 던지고 하나같이 E로 돌아와 놀이를 시작한다. 어제 딱지치기를 했으니 오늘은 비석 치기를 한다. 놀이터 한 구석에 공사하다가 버리고 간 회색빛 비석들이 놓여있다. 역시 비석 치기에는 좋은 비석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각진 비석, 직사각형의 비석, .. 2023. 7. 3.
마음속의 그녀 누구에게나 마음에 담았던 상대가 있다. 그게 20대의 사랑, 30대의 연애가 아니다. 어린 시절, 사랑이라는 단어도 모를 시기. 그리고 그저 순수하게 느껴진 좋아한 호기심 같은 감정이다.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으로 최대한 예쁘게 포장된 모습이다. 정확한 때는 잘 모르겠다. 복대동에 살았을 때니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4학년때까지 복대동에 살았다. 산 같은 언덕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작은 요새 같은 맨션, 지금도 맨션이라고 말하는지는 아파트는 아니고 5층까지 있었으니 그렇고 작은 빌라같은 개념은 아니었다.생김새는 5층짜리 아파트이고 2개 동이 양쪽으로있고 중간의 공간은 주차장이었다. 통로는 네 통로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두 개의 건물을 앞두고 정문부터 들어가면 작은 마을을 이룬 사람들의 요새 같다. 정.. 2023.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