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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에세이/10대의 기억5

엄마의 규칙 엄마는 늘 가족과 무언가 하길 바랐다. 우리 집에는 여자가 한 명이다. 오로지 엄마뿐. 아빠도 남자, 나도 남자, 동생도 남자. 심지어 잠시 키웠던 강아지 역시 남자였으니. 수다쟁이도 없었고, 엄마의 마음을 잘 아는 예쁜 딸도 없었으니 함께 모여서 무언가 할 수 있을 시간도, 필요도 못 느꼈던 우리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주말마다 무언가 함께 하길 원했다. 일요일이 되면 이미 시끄러워 잠에서 깬다. 칙칙칙칙, 촤하~ 누군가 아침부터 계단을 솔로 박박 닦고, 물을 뿌려댄다. 그래서 매번 깨끗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지만, 한 번도 누가 닦았는지 이사 가기 전까지도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우리 집은 만화가 다 끝나고 10시 11시쯔음 밥을 먹기 전, 대청소를 시작한다.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 2023. 8. 14.
시골은 정말 큰 놀이터 태어나는 건 내 뜻으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사는 곳도 내 뜻으로 되는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부모의 선택의 의해 태어나고 살아진다. 나는 드넓은 마당이 있고, 야외 테이블에서 오붓한 식사를 하는 예쁘고 하얀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흔한 병원에서도 태어나지 않았다. 그날 엄마는 시골집 방에서 이불을 깔고 나를 낳아야 했고,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고 음식을 했다고 한다. 정말 슬프고 안타까우며 어이가 없었지만 그때 당시의 사상과 어르신들의 가치관이 그런 때였으니 다들 그렇게 넘어갔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신이거나 가족 행사가 있거나, 무슨 일이 있거나, 명절 때, 제사 때는 어김없이 시골로 모였다. 우리가 큰 집이라 작은 집 둘, 고모 이렇게 있었고, 아이들.. 2023. 7. 20.
내가 영웅이 되리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만화나 영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그들은 언제나 정의롭고 용감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주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마음만 그렇게 되고 싶었다. 행동으로 나오기까지 수많은 생각회로를 거쳐야 하는 내게는 역시나 힘든 일이었다. 양보와 도움을 학교에서 배우지만 실전에서 써먹기란 생각보다는 꽤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매우 내성적이고 낯가림도 심했으며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질 못했다. 그래서 발표시간이 늘 두려웠고 칠판 앞에서 여러 친구들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얼굴은 새빨갛게 닳아 올랐다.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말을 이미 알게 되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당연히 우주소년단 같은 어울리는 동아리, 웅변 학원을 다니며 소리 지.. 2023. 7. 18.
어린 시절의 놀이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던 복대동에서 수많은 추억을 얘기할 수 있다. 친구들의 얼굴, 하루하루의 일상,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 기억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 누군가와 놀았던 놀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얼마나 놀이가 즐거웠으면 학교의 생활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 눈 감았다 뜨면 난 놀이터에 모여 있는 친구들과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친구도 있고, 같은 맨션에 살지만 어색한 친구도 있고, 키도 훨씬 큰 형들도 있다. 우리는 이때만큼은 I의 성향은 내 던지고 하나같이 E로 돌아와 놀이를 시작한다. 어제 딱지치기를 했으니 오늘은 비석 치기를 한다. 놀이터 한 구석에 공사하다가 버리고 간 회색빛 비석들이 놓여있다. 역시 비석 치기에는 좋은 비석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각진 비석, 직사각형의 비석, .. 2023.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