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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에세이/20대의 기억6

알바의 추억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누구는 10대부터 신문을 돌리고, 우유를 돌리고 공사판에서 일을 하며 용돈을 직접 모았다고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일은 나중에 커서나 하는 줄 알며 살았다. 물론 대학 때 하루씩 일했던 공사장 일, 뷔페집에서 수많은 식기를 닦고, 음식을 날랐던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고, 주유소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카페였다.보통의 카페는 아니었고, 그것도 아주 부유한동네인 청담의 뒷골목에서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근사하고 예쁜 샌드위치와 브런치를 파는 가게에서일을 시작했다. 요식업에 발을 내딛다 오픈하는 곳이었고, 그래서 마침 사람을 구하는중이라 이미 기존 멤버들은 있었고, 나머지현장에서 일을 할 사람을 뽑고 있었다.그래.. 2023. 8. 14.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누군가와 추억을 공유하다 보면 중고등학교 때 연애도 꽤 많이 한 듯 보인다. 난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그럴 생각도 못했고, 그런 노력도 없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크지는 않았던 터니까. 하지만 만약 이성을 만나고 그런 사랑과 이별을 겪었다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해본다. 난 주관이 없다. 나의 자의식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기본값이 없다고 해야 하는 게 맞다. 다양한 경험이 없다 보니 일이나 공부나 연애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모험적이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아이도 아니라서 어설프게 하다가 남들이 하는 걸 보고 뒤늦게 해 보는 성향이라 늘 새로운 일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이 앞섰고, 힘들.. 2023. 8. 2.
사회에 온 걸 환영해 이게 진짜 사회생활인가? 가장 못 믿을 건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람이다 어디선가 들었다. 그리고 바보인가, 사기를 당하게. 정말 순수하고 생각 없는 사람들이나 사기에 당한다고 생각했다. 순순히 자신들의 돈을 주고 뒤늦게 깨닫고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 나와는 전혀 접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20대 초에 주유소에서 일하던 때이다. 키도 엄청 컸고, 말랐지만 긴 머리를 가져서 나름 멋이 있었다. 생각하는 것도 무턱대고 놀자 주의도 아니고,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자신의 좋아함과 싫어함이 명확한 사람처럼 보였다. 왜인지 나를 잘 대해줬고, 나와도 잘 맞는 듯 했다. 사회에 나와서 선배 같은 형 같은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반가웠고 좋았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일하면서 월.. 2023. 7. 17.
가난을 보다 이제와 가끔 아빠와 술을 마시면 그런 얘기를 종종 했다. '이제야 아빠가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크게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거 하고, 학교 다 가고, 외식도 한 달에 한두번 하고, 차도 있었고, 여행도 종종 다녔고, 가고 싶다면 학원도 다 보내줬고, 용돈도 부족함이 없었고요.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이었구나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그런 평범함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아빠는 그저 웃기만 한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면서. 하지만 지금의 입장에서는 한 직장에서 다니고 정년퇴직을 하고, 아이 둘 키우고, 집 있고, 차 있고, 이끌어온 아빠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 난 가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부.. 2023.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