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9

엄마의 규칙 엄마는 늘 가족과 무언가 하길 바랐다. 우리 집에는 여자가 한 명이다. 오로지 엄마뿐. 아빠도 남자, 나도 남자, 동생도 남자. 심지어 잠시 키웠던 강아지 역시 남자였으니. 수다쟁이도 없었고, 엄마의 마음을 잘 아는 예쁜 딸도 없었으니 함께 모여서 무언가 할 수 있을 시간도, 필요도 못 느꼈던 우리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주말마다 무언가 함께 하길 원했다. 일요일이 되면 이미 시끄러워 잠에서 깬다. 칙칙칙칙, 촤하~ 누군가 아침부터 계단을 솔로 박박 닦고, 물을 뿌려댄다. 그래서 매번 깨끗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지만, 한 번도 누가 닦았는지 이사 가기 전까지도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우리 집은 만화가 다 끝나고 10시 11시쯔음 밥을 먹기 전, 대청소를 시작한다.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 2023. 8. 14.
이게 힐링이지 사람들은 시대별로 다양한 단어와 그에 부합하는 의미들을 만들어서 하나의 문화이자 살아가는 방식, 고유명사로 만드는 일을 참 잘한다. 세상이 힘든 일이 많은 요즘이다. 취업도 어렵고, 묻지 마 살인도 많아지고, 가만히 있던 천장이 떨어지질 않나, 길 가다 들이박은 차에 죽고, 음준운전에 죽고, 비가 와서 죽고, 더워서 죽고, 순살 아파트가 드러나고.. 그냥 모든 게 힘들다. 솔직히 살아가는 자체가 이제는 대단하고 엄청난 일일 정도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라밸이라고 일은 일, 나의 시간은 나의 것이라며 여유로워 보이던 사람들이었으나 이젠 그런 여유조차 부릴 돈과 시간과 마음적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빠지지 않는 단어는 역시 힐링이다. 이럴 때 힐링을 통해 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나아가자. .. 2023. 8. 2.
시골은 정말 큰 놀이터 태어나는 건 내 뜻으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사는 곳도 내 뜻으로 되는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부모의 선택의 의해 태어나고 살아진다. 나는 드넓은 마당이 있고, 야외 테이블에서 오붓한 식사를 하는 예쁘고 하얀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흔한 병원에서도 태어나지 않았다. 그날 엄마는 시골집 방에서 이불을 깔고 나를 낳아야 했고,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고 음식을 했다고 한다. 정말 슬프고 안타까우며 어이가 없었지만 그때 당시의 사상과 어르신들의 가치관이 그런 때였으니 다들 그렇게 넘어갔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신이거나 가족 행사가 있거나, 무슨 일이 있거나, 명절 때, 제사 때는 어김없이 시골로 모였다. 우리가 큰 집이라 작은 집 둘, 고모 이렇게 있었고, 아이들.. 2023. 7. 20.
내가 영웅이 되리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만화나 영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그들은 언제나 정의롭고 용감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주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마음만 그렇게 되고 싶었다. 행동으로 나오기까지 수많은 생각회로를 거쳐야 하는 내게는 역시나 힘든 일이었다. 양보와 도움을 학교에서 배우지만 실전에서 써먹기란 생각보다는 꽤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매우 내성적이고 낯가림도 심했으며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질 못했다. 그래서 발표시간이 늘 두려웠고 칠판 앞에서 여러 친구들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얼굴은 새빨갛게 닳아 올랐다.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말을 이미 알게 되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당연히 우주소년단 같은 어울리는 동아리, 웅변 학원을 다니며 소리 지.. 2023. 7. 18.